“올 여름엔 눈치보지 말고 2주간 쉬세요~” 장기휴가 독려 나선 기업들

입력 2017-06-20 15:59   수정 2017-06-20 16:10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장기휴가’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일부 회사에서 장기휴가를 직원들에게 권장했지만, 실제로 장기휴가를 떠난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사장이나 임원, 부장, 팀장이 가지 않는데 팀원이 선뜻 장기휴가를 떠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위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고, 정부가 연차유급휴가 의무 사용 및 연속 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장기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휴가철 여행객으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한국경제DB


이랜드·SK 등 장기휴가 권장하는 기업들… 금융권·보험사에도 바람

“임원 분들께서는 오는 23일까지 2주 휴식 일정을 확정해서 제출해 주십시오. 임원 분들께 권장하는 여름 집중 휴식기간은 7월 3주~8월 2주입니다.” 

최근 이랜드그룹 인사팀은 임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이랜드그룹은 이달 초 발표한 7대 조직문화 혁신안 중 하나인 ‘2주 휴식 의무화’를 위해 임원들부터 올 여름 휴가 일정을 확정해 공개하도록 했다. ‘2주 휴식 의무화’는 개인 연차와 대휴를 사용해 연중 2주간 집중 휴식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이랜드 관계자는 “2주 휴가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와 문의가 많았지만, 막상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신청하지 못 할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어 임원들과 팀장급들이 먼저 휴가 일정을 잡고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며 2주 휴식이 조직 문화로 빠르게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을 위한 장기휴가 제도는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K는 올 여름부터 ‘빅 브레이크 제도’를 실시한다. 근무일 기준 5~10일(휴일 포함 시 최대 14일) 이상 회사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긴 휴가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0년부터 집중휴가제를 실시해 임직원이 연속 2주 동안의 장기휴가를 통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연초에 집중휴가 계획서를 제출하고, 인사 부문에서 취합해 전사적으로 실적을 관리한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2012년 임원과 팀장, 소장을 대상으로 이뤄진 ‘2주 휴가’ 정책을 2014년부터는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은 기업문화 혁신 방안에 매 5년마다 최대 1달간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창의휴가’를 마련했다.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기본 부여 2주에 개인 휴가 2주를 더해 4주를 연속해 쉴 수 있다. 

고객 응대 등으로 일주일 이상 장기휴가를 쓰기 힘든 금융권과 보험사 등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여름 휴가철인 6~9월 사이에 연차 이외에 추가로 5일간의 장기휴가를 지원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한다. 

동부화재는 다음 달부터 연차를 붙여 사용하는 장기휴가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는 입사 이후 3·6·9년이 된 직원들에게 5일간 휴일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상업무 등 현장영업이 많아 장기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현대해상도 지난 2015년 2월부터 상·하반기에 한 번씩 일주일 휴가를 내 9일간 쉴 수 있는 ‘휴(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도 사장이 직접 임원들과 부장, 팀장들에게 강제로(?) 장기휴가를 명령했다. 그동안 1주(5일) 사용했던 휴가를 2주(10일)간 사용토록 해 1000여 명의 직원들이 신청했다. 삼성생명은 연중휴가 중 2번은 일주일 단위 이상으로 휴가를 쓸 수 있는 ‘플러스 위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로자, 평균 연차 8일 사용… “연차 사용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돼야”




하지만 이 같은 혜택과 무관한 기업들도 많다. 장기휴가는커녕 기본 연차휴가조차 없거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직장인도 극히 드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국내 사업체 1570곳에 대해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차 휴가가 없는 사업체는 92곳(5.9%)이었다.

또 지난 19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2013년 기준 연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가운데 8.6일(60.6%)만 사용했다.

글로벌 여행업체 익스피디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근로자는 15일 중 8일을 사용해 전 세계 유급휴가 사용일수 평균 20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했다. 휴가 사용 일수가 10일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으며, 6년 연속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전반적으로 근로 시간이 긴만큼, 장기휴가를 통해 동기 부여와 몰입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휴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며,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는 기업과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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